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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찢어지는?통증"...?심근경색?아닌?'대동맥박리'일?수?있다
최근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지만,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관리를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처럼 방치된 고혈압이 어느 날 갑자기 가슴과 등 부위의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증상을 단순 피로 누적이나 소화불량으로 여겨 골든타임을 놓치곤 하지만, 이는 몸의 중심 혈관이 찢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인 '대동맥박리'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박유경 교수(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의 자문을 통해 대동맥박리의 증상부터 평소 예방 및 관리법까지 심도 있게 짚어본다.
찢어지는 듯한 가슴과 등 통증, 대동맥박리의 신호
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을 온몸의 장기로 전달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가장 굵고 튼튼한 혈관이다. 대동맥박리는 이 혈관의 안쪽 벽이 미세하게 찢어지면서 혈관 벽 틈새로 피가 강하게 파고들어 혈관이 분리되는 질환이다. 고혈압을 오래 방치해 혈관 벽이 탄력을 잃고 약해진 상태에서 스트레스 등으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할 때 주로 발생한다.
초기에는 단순한 등 통증이나 체한 느낌과 헷갈리기 쉽지만, 질환 특유의 명확한 신호가 존재한다. 박유경 교수는 "가장 중요한 증상의 특징은 갑자기 시작된다는 점이며, 일반적으로 찢어지는 듯한 강한 통증을 유발하고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통증 부위가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실신을 하거나 한쪽 몸의 마비, 감각 이상 등 신경학적 증상이나 하반신 마비가 동반된다면 대동맥박리를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간혹 가슴 통증 없이 기절하거나 배가 아픈 증상만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있다. 박 교수는 "통증 없이 복통이나 실신으로 나타나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거나 양팔과 다리 중 특정 부위의 혈압 차이가 날 때, 진통제를 투여해도 호전이 없는 통증 등의 경우에 대동맥 박리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단순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양쪽 폐 사이가 넓어지거나 심장 음영이 커진 것을 확인하고, 응급 심장초음파와 CT 촬영을 통해 내막 파열의 위치와 범위를 정확히 진단하게 된다.
심근경색과 혼동 주의, 발병 즉시 수술해야 생존율 높아
대동맥박리는 진단과 동시에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응급 질환이다. 발병 후 1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특히 심장과 바로 연결된 상행 대동맥이 찢어지는 '스탠포드 A형'의 경우 진단 즉시 수술이 필요하다. 박유경 교수는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스탠포드 A형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약 25~50%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응급실 현장에서 대동맥박리와 급성 심근경색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도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과정이다. 두 질환 모두 심한 흉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심전도나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는 구별이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양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심근경색은 가슴을 조이거나 무거운 돌로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팔이나 턱으로 통증이 퍼져나가는 방사통이 특징이다.
반면 대동맥박리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혈관이 찢어지는 방향을 따라 통증이 등이나 복부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박 교수는 "이러한 증상의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대동맥박리를 심근경색으로 오인해 항혈전제를 투여할 경우, 수술 후 출혈 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안전한 대동맥박리 맞춤 시술과 합병증 예방법
대동맥박리의 치료 방법은 혈관이 박리된 위치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심장과 가까운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에는 박리된 혈관을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가슴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하행 대동맥에만 박리가 발생한 '스탠포드 B형'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혈압을 낮추고 통증을 조절하는 내과적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하행 대동맥 박리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박유경 교수는 "장기 허혈이 발생하거나 혈압을 조절해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그리고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의 경우 스텐트 시술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동맥이 급속하게 늘어나 파열 위험이 높거나 영상의학적 소견상 허혈 동반 가능성이 높을 때 스텐트를 적극 활용한다. 단, 대동맥 박리의 역행성 진행이나 척수 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어 환자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과정에서 뇌나 척수 같은 주요 신경이 손상될까 봐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들도 많다. 인조 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진행할 때는 일시적으로 몸의 혈류를 멈춰야 하므로 뇌 혈류 보호가 수술의 성패를 좌우한다. 박 교수는 "전통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저체온 기법을 사용해 왔으며, 이에 더해 뇌로 직접 혈류를 공급하는 선택적 뇌관류 방법을 사용한다"며 "현재는 이런 기술 덕분에 과거보다 신경학적 합병증 발생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척수 허혈로 인한 하반신 마비 예방을 위해 척수 압력을 낮추는 뇌척수액 배액술을 시행하고, 적정 혈압을 유지하여 척수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등 다방면의 안전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수술 후엔 무거운 것 들지 말고, 유산소 운동으로 관리해야
응급 수술이나 스텐트 시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해서 치료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약해진 대동맥이 다시 찢어지거나 박리된 혈관 부위가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평생에 걸친 일상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회복기 및 일상 복귀 후 환자가 지켜야 할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바로 꾸준한 '혈압 관리'다. 박유경 교수는 "수술 후 혈압 관리와 함께 잔여 대동맥 박리증의 정도에 따라 수축기 혈압을 조절하고 금연 및 금주, 과도한 스트레스 회피,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빠르게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동맥박리 수술을 받았다면 오히려 혈관에 무리를 줄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역기 등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순간적으로 복압과 혈압을 급격히 높여 대동맥에 큰 부담을 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무거운 것을 들면 순간적인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걷기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며 "심장 재활을 통해 운동 중 혈압 상승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좋은 관리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기적인 관리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CT 검사를 통해 잔여 대동맥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대동맥박리의 재발을 막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